국어의 로마자표기법(이하 로마자표기법으로 표기)은 매우 불행한 규범이다. 규범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를 담보하고 구성원들의 행동을 제어하여 일치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 시행되며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상응한 제재를 통하여 규범의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로마자표기법은 이러한 일반적 원리에 상응하지 못하고 있다.
현행 로마자표기법은 2000년 7월 개정되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공식적인 로마자표기법으로서 4번째로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 제정된 뒤로 50여년의 역사 속에 4번째의 개정을 맞으면서도, 로마자표기법은 여전히 사회적 공적 규범으로서의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개정 고시 후 13여년을 맞고 있는 현재도 로마자표기법의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재개정 논의조차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로마자표기는 일정한 규범의 존재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혼란스러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규범을 놓고 옳고 그른 것을 따질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견해나 (최경봉.2012) 인명이나 단체명 등 인격권을 가진 명사의 로마자표기 실태는 로마자표기법의 준수 여부를 논할 때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견해(김선철.2012)도 제기되어 있는 등 표기의 혼선을 바라보는 입장이 매우 다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언어규범의 존재는 그것을 통해 사회공동체 구성원들이 동일한 언어사용을 유지하여 의사소통의 원활함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규범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필요하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을 때는 그 원인을 살펴보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다.
어떤 규범이든 절대적으로 완벽한 규범이란 있을 수 없다. 규범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만들어지고 시행되는 만큼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의 개정은 얼마든지 가능하고 때로는 필요하기도 하다. 따라서 규범의 효용성에 대한 평가나 개정 등의 논의도 궁극적으로는 규범을 만든 주체의 입장이 아니라 그 규범을 사용해야 하는 대중을 중심으로 고찰되어야 한다.
본 발표는 로마자표기법이 갖고 있는 규범으로서의 특징을 살펴보고 그러한 특징과 관련하여 로마자표기법의 정착을 위한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